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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조 순대, 개성 ‘절창’

등록일
11.12
조회수
203


순대는 국민 음식이다. 호불호는 물론 있지만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중 하나이다. 순대골목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제는 한국 전 지역 특산물을 첨가하여 만드는 전국구 음식이 되었다.  ‘아바이 순대’부터 전라도의 피순대, 충청남도의 ‘병천순대’, 제천 약초순대 등 고유한 맛과 특색까지 자랑한다. 심지어 순대는 남쪽의 끝인 제주도에서도 오래전부터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순애’라고 불리는 음식이 있다. 만드는 방법은 몽고의 순대와 유사하다. 채소는 거의 없이 돼지 피와 곡물을 섞어 만든 부드러운 식감의 음식이다. 제주는 고려 시대 원나라의 목축지로 활용되던 곳이다. 그래서 육지의 순대 제조방법과는 다른 몽골의 순대와 유사한 순대의 맛이 그대로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순대는 보통 북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어 함경도의 아바이순대가 유명하다. '순대'는 함경도 말이라고 전해진다. 우리가 부르는 ‘순대’의 옛말은 ‘슌’로 19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그러다  20세기 이후 순대‘가 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이렇게 전국구 음식이 되어버린 순대의 기원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음식여행이 될 것이다. 


<사진 1.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 순대>

<사진 1.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 순대>



개성순대, ‘절창’의 절묘한 맛

고려 시대의 수도인 개성에는 ‘절창’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음식이 있었다. 이것이 바로 돼지고기 창자로 만드는 돼지고기 순대이다. 과거 개성의 부잣집에서는 쌀겨나 밀겨만 먹인 돼지를 따로 키웠다고 한다. 겨만 먹이면 지방이 적고 냄새도 적기 때문이다. 겨만 먹인 돼지 내장으로 만든 순대가 바로 개성순대인 절창이다. 일단 돼지 피를 넣고 숙주나물과 두부도 같이 넣어 만들었다고 한다. 

  개성에서 특별히 이를 '절창(絶脹)'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절창은 한자로 절창(絶脹), 즉 최고라는 ‘절(絶)’ 과 창자 ‘창(脹)’을 써서 최고 맛을 내는 창자음식이라는 의미이다. 순대 그러니까 개성 순대는 그 맛에 있어서 특별하고 개성 음식의 자부심을 가진 순대음식이라고 생각된다. 


중국 문헌 속 순대 원형  

그럼, 이쯤에서 우리 민족은 언제부터 순대를 먹기 시작했을까가 궁금해진다. 순대의 기원을 중국 문헌을 통해 우선 살펴보자. 먼저 살펴 볼 문헌은 6세기경에 나온 중국의 <제민요술>이다. <제민요술>은 중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농업 기술서로써 북위의 가사협(賈思勰)이 저술한 책이다. 바로 이 책에 소개되어있는 ‘양반장도(羊盤腸搗‘)’를 그 기원으로 보는 설이다. 

  양반장도란 양의 피와 양고기 등을 다른 재료와 함께 양의 창자에 채워 넣어 삶아 먹는 방법을 말한다. 돼지가 아닌 양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지금의 순대를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 따라서 중국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순대를 먹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설이다. <제민요술>이 만들어질 당시 우리는 삼국시대였고 시대상 중국의 음식이 많이 전파됐다는 각종 문헌을 봐서는 삼국시대에도 순대가 있지 않을까 추측하는 것이다. 

  이후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즐겨 읽었던 중국 책으로 원나라에 편찬된 <거가필용(居家必用)>이 있다. <거가필용>에 바로 돼지, 소 개, 양 등의 창자를 이용한 ‘관장(灌腸)’이란 음식이 나오기 때문에 이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도 추측한다. 그러나 문헌의 기록을 통한 추측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조선시대 문헌 속 순대

우리나라의 문헌을 살펴보면, 조선시대에 들어서면 많은 고문헌에서 다양한 순대 원형을 만날 수 있다. 우선, 안동지역의 장계향(1598~1680)이 쓴 <음식디미방>에는 ‘개쟝’ 이라는 음식이 나온다. 이는 바로 개의 창자를 이용하여 만든 순대이다. “개를 자바 조히 ‘깨끗이’ 빠라 어덜 삶아 뼈 발라 만도 ‘만두’소 니기다시 하야 후쵸, 쳔쵸, 생강, 참기름, 젼지령(진간장) 한데 교합하여 즈지(질지) 아케 하여 제 창자를 뒤혀(뒤집어) 죄 빠라 도로 뒤혀 거긔 가닥이 너허 실뢰(시루에) 다마 찌되 나자리(한나절)나 만화(약한 불)로 쪄내여 어슥어슥 싸하라(썰어라). 초 계자(겨자) 하여 그만 가장 죠흐니 창자란 생으로 하되 안날(전날) 달화(손질) 양념을 하되 교합하여 둣다가 이튼날 창자의 녀허 찌라.” 라고 당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개창자를 이용한 순대법이다.

  이후 조선 후기인 1766년에 한양에서 태의원의약을 지냈던 의관 유중림은 <증보산림경제>에서 ‘우장증방(牛腸蒸方)’이란 음식을 언급하였다. “쇠창자는 안팎을 깨끗하게 씻어 각각 한 자가량 자른다. 한편 소의 살코기를 가져다가 칼날로 자근자근 다지고 여러 가지 양념과 기름·장과 골고루 섞어 창자 안에 꼭꼭 메워 넣은 다음 실로 창자 양끝을 맨다. 솥에 먼저 불을 붓고 대나무를 가로로 걸치고 소 창자를 대나무에 고이 앉혀 물에 젖지 않게 하고 솥뚜껑을 덮는다. 약하지도 세지도 않은 불로 천천히 삶아 아주 잘 익기를 기다려서 꺼내어 차게 식히고 칼로 말발굽 모양으로 썰어 초장에 찍어 먹는다.” 라고 하였다. 

  비슷한 시대에 서울 반가의 빙허각 이씨(1759~1824)는 자신의 생활백과사전인 <규합총서>에서 <증보산림경제>와 비슷한 내용의 조리법을 적었다. 다만 쇠창자에 넣는 살코기로 쇠고기는 물론이고 꿩고기와 닭고기도 사용한다고 했다. 이후 <농정회요, 1830>에는 소창자로 만드는 ‘우장증방牛膓蒸方’과 돼지창자로 만드는 ‘도저장(饀猪膓)’이 같이 나오는데 소창자와 돼지창자를 함께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이 돼지 순대의 조리법은 1800년대 말에 쓰여진 <시의전서(是議全書) >에 자세히 나온다. 이름도 비로소 순대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하여 ‘도야지슌대’이다. “창자를 뒤집어 깨끗이 빤다. 숙주, 미나리, 무는 데쳐서 배추김치와 함께 다져서 두부와 섞는다. (여기에) 파, 생강, 마늘을 많이 다져 넣고 깨소금, 고춧가루, 후춧가루 등 갖가지 양념을 많이 섞어 피와 함께 주물러 창자에 넣고 부리 동여 삶아 쓴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경상북도 상주에서 발견된 <시의전서 음식방문>에 도야지슌대가 등장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개성절창은 원나라 게데스의 영향?

그럼 독특한 이름인 개성 절창의 유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순대가 중국 원나라 시대 때 몽골군이 먹던 전투식량 ‘게데스’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유력해 보인다. 이 게데스는 돼지 창자에 쌀과 야채를 혼합해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 징기스칸이 대륙 정복을 위해 빠르게 이동하며 간편히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었다고 전해진다. 유목 생활을 했던 원나라에는 채소나 곡물보다는 고기를 사용한 음식이 많이 발달했다. 요즘 우리가 즐겨먹는 설렁탕과 순대, 만두는 원나라의 영향을 받은 음식 중의 하나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증류주인 전통 소주도 원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몽골은 유목민족이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고 그러므로 육식을 주로 하였다. 

  원나라통치시대에 우리는 고려 시대로 원나라의 지배하에 있어 몽골의 음식이 많이 유입되었고 바로 개성이 그 영향의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 이 게데스가 고려시대 개성에서 절창으로 만들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개성은 돼지고기음식이 발달한 탓으로 다른 지역과는 다른 개성만의 순대음식인 절창을 만들었다고 보인다.  


  한편 순대가 북방아시아, 특히 기마민족인 몽골에서 전투식량으로 발달해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추정한다. 몽골의 순대 요리인 ‘게데스’가 몽골제국 시절 프랑스로 건너가 ‘부댕(budin)’이 되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살라미(Salami)’로 재탄생했다는 것이다. 부댕은 돼지 피로 만든 프랑스식 소시지이고, 살라미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로 만든 이탈리아식 소시지다. 순대와 소시지는 가축 창자에 고기나 야채를 넣어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성 순대 만들기  

순대의 유래에 대해서 문헌들을 살펴보았지만 사실 순대의 기원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는 확실하지가 않다. 다만 순대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음식이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음식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순대는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왔으며, 오늘날 우리나라의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 <한국민속종합사보고서> 향토음식 편 에 경기도 음식으로 소개된 순대를 만나보자. 역시 특색 있게 다른 지역 순대와는 달리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료 : 돼지창자, 소금, 숙주나물, 배추, 새우젓, 돼지피, 파, 마늘, 생강, 초장

만드는 법

1. 돼지의 작은창자를 굵은 소금으로 안팎을 골고루 잘 비벼 정하게 씻어 건진다. 

2. 숙주나물을 데쳐 숭숭 썰고 배추도 삶아 썰어 물을 꼭 짜 놓는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많이 다진 것과 숙주나물, 배추, 두부를 함께 섞어 만두소처럼 양념하는데 특히 생강 다진 것을 조금 넣고 소금 대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돼지피를 섞어 흥건하게 준비해 놓는다. 

3. 씻어 둔 돼지 창자에 소를 넣은 다음 물을 끓이다가 이것을 집어넣고 끓이면서 가느다란 꼬챙이로 침을 주어 속에 수분이 빠지도록 해준다. 

4. 이 순대는 건져서 초장에 찍어 먹는다. 순대 소를 넣고 남은 것은 순대국을 만들어 해장국으로 쓴다. 


<사진 2. 순대의 다양한 활용 요리, 순대국밥>

<사진 2. 순대의 다양한 활용 요리, 순대국밥>



순대의 진화, 치즈순대스테이크까지 

순대는 몽골에서 기원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간 음식으로 추측된다. 우리의 순대문화는 아무래도 고려 말기 원나라의 게데스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고 이는 개성의 유명한 순대인 절창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조선시대 고조리서에 본격적으로 순대가 등장하게 되어 지금 각 지역마다 독특한 순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요리 민족이다. 전 세계에서 순대 비슷한 음식을 즐기지만 다른 나라의 순대요리와는 다르게 순대를 다양하게 조리해 먹었다. 즉, 순대뿐만 아니라 순대국밥, 순대 볶음, 모듬 순대, 순대전골 등 다양하게 즐긴다. 순대로 국물 민족답게 순대국밥을 만들고 여러 가지 채소를 함께 볶아 먹는 순대볶음을 만들고 거기다 순대로 호화스러운 찌개요리인 순대전골까지 만들어 먹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 순대전문가는 순대스테이크도 개발하여 젊은이들도 즐기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여기에 치즈를 얹어 먹는 형태로까지 발전하였다. 


그러니 먼 옛날. 세계를 주름잡던 징기스칸 시대에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순대음식은 현대 한국인에 의해 치즈순대 스테이크로 재탄생한 것 같다. 동양과 서양이 융합한 음식으로 보인다. 음식문화의 융합은 이렇게 재미있게 나타난다.   





정혜경 교수  -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채소의 인문학’ 저자  - 한국식생활문화학회 회장과 대한가정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식품산업진흥 심의위원과 한식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우리 음식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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