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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왜 고추장이 미국인들에게도 사랑을 받을까?

등록일
08.18
조회수
363

  스시는 외국에서 일본식당에서만 팔린다. 드물게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도 취급된다. 불고기나 불갈비는 한국레스토랑에서만 팔리는 음식이다. 이렇듯 각 나라의 색다른 민족 음식(ethnic food)은 해당 국가에 속한 국민들이 주로 만들어 판다. 그러나 식재료 중에 기꼬만 간장이나 칠리소스, 스리라차 소스 등은 다양한 민족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인들에게도 대중화되어 있는 느낌이다. 주방장들은 이런 소스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통 장독 위의 고추장 종지 사진

<사진 1. 한국 전통 고추장>


  최근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고추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2008년경 미국 TV의 요리 전문채널 ‘푸드 네트워크’에서 유명 셰프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고추장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기 셰프들이 고추장의 특성을 설명해주고 출연자들에게 고추장을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 보라는 과제를 준적이 있다. 이후 미국의 인기 건강 프로그램인 ‘닥터 오즈쇼’와 ‘투데이쇼’에서 고추장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배우 부룩 쉴즈가 마켓에서 고추장을 집어든 사진이 신문에 소개되면서 더욱 관심을 끌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기꼬만 간장이나 굴소스 등 다양한 소스 제품들은 시장 어디서나 살 수 있는 것이지만 고추장은 유독 코리아타운이나 한국 마켓에서만 살 수 있었기에 이제 누구나 다 쉽게 어디서든 고추장을 구입할 수 있구나 하는 말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뉴욕 식당의 메뉴판에 ‘매운 고추장 양념을 한 바삭바삭한 새우튀김’, ‘한국식 불버거(Korean Fire Burger) : 굵게 갈아낸 쇠고기를 고추장에 버무림(Gochujang mixed ground beef)’이라고 설명한다거나 ‘한국식 케첩(Korean Ketchup)’이나 ‘한국식 핫 소스(Korean Hot Sauce)’라는 표현 대신에 ‘고추장’이라고 표현해도 큰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추장은 미국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배달 문화가 확충되면서 샐러드 배달 스타트업의 음식 중 하나로 고추장이 첨가된 채소비빔밥 메뉴가 있었다. 여기서는 소비자 자신이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3~4끼 정도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을 임의로 선택하여 배달해 주는 곳이다. 이중 하나가 고추장 메뉴가 들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추장에 친숙해져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고추장이 미국인들에게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고추장의 캡사이신 성분이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 방송에 나오면서 고추장이 건강에 좋은 식품이구나 하는 생각들이 입소문을 타고 퍼졌기 때문이다. 유명한 셰프들도 고추장을 조금씩 사용해 보고 있던 차에 미디어에서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일반인들마저 관심도가 높아졌다. 

캡사이신과 고추

<사진 2. 캡사이신>


  얼마 전 우리나라의 신라면 블랙이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베스트 11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일본과 싱가포르의 여러 라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이유 중 하나는 매운 맛으로 추측이 된다. 다른 나라들도 매운 맛을 내기 위해 고추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고추의 매운맛은 다른 나라들과는 조금 다른 특성이 있다. 멕시코의 매운 고추나 중국 쓰촨 지역의 매운맛 고추들은 매운 맛 강도가 우리 고추보다는 강하고 얼얼하지만 그 맛의 지속성이 오래 가지 못하는데 비해 우리 고추의 매운 맛은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된다. 이들 매운맛은 매우 맵다고 느껴 찬물로 입안을 씻어내면 이내 매운 맛이 사라지는데 비해 우리 고추는 비록 매운맛 강도는 다소 약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통증이 남아있어 맛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전달된다. 매운 맛은 통증의 맛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 통증이 지속되는 한 다른 맛들도 함께 남아있어 전체적인 맛이 강하게 느껴지며 중독성마저 생기게 되어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게 하는 점이 신라면 블랙을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이런 특징이 있는 고추를 사용하여 발효시킨 고추장은 매운 맛 이외에도 또 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 발효 과정을 통해 단백질이 아미노태 화합물과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구수한 맛을 제공하고, 탄수화물은 포도당을 비롯한 저분자의 환원당으로 분해되면서 은은한 단맛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유기산 발효 과정을 통해 신맛이 느껴지게 만든다. 여기에 소금과 고추가 첨가되어 짠맛과 매운맛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고추장의 맛을 맛볼 수 있게 한다. 고추장은 가장 중독성이 강한 짠맛, 단맛, 매운맛, 그리고 아미노산의 맛을 포함하고 있기에 충분히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발효과정을 통해 생성된 풍부한 향기성분의 독특함은 셰프들에게 있어서 비장의 무기로 삼을만한 식재료가 아닐 수 없다. 

  매운맛을 강조해왔던 셰프들이 그 맛을 요리에 담기 위해 칠리소스나 스리라차 소스를 사용해 왔지만 고추장을 한번 사용하고 난 뒤 생각이 바뀌고 말았다. 단순한 매운맛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맛들이 조화를 이룬 고추장이야말로 자신들의 비장의 무기로 꼭 사용할 식재료라고 평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김치는 매운 맛과 신맛 이외에도 발효과정을 통해 풍부한 맛이 제공된다. 그러다보니 일본사람들이 우리의 김치와 유사한 ‘기무치’를 만들고자 발효되지 않은 배추에 김치와 비슷한 양념재료, 그리고 맛이 가장 좋은 김치의 젖산 농도에 해당하는 젖산이나 식초를 첨가하였는데 아무래도 발효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발효 향을 느낄 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한마디로 깊은 맛이 없는 김치인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들이 귀국길에 꼭 김치를 사 가지고 가던 일은 자신들이 만든 ‘기무치’와는 전혀 다른 맛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고추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양념소스에 비해 발효 과정을 통한 독특한 맛에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고추장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고추장을 직접 확보하기 어려운 셰프들은 타바스코 소스나 칠리소스 혹은 스리라차 소스를 사용하였다. 스리라차 소스는 태국산 고추를 갈아서 부드럽게 만든 페이스트에 식초, 마늘, 설탕을 더해 만든 소스로 나름 인기있는 소스였지만, 근래에는 기존의 핫소스에 대해 식상해하고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인들도 고추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식초가 들어가는 칠리소스나 스리라차 소스는 가열 조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맛이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반하여 고추장은 가열해도 특유의 맛이 그대로 남아 요리의 맛을 더 풍성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리라차 소스는 마늘이 첨가되어 마늘 냄새가 다른 냄새를 압도하는데 탁 쏘는 특이한 맛이 약한 편이고 가열 전후 맛의 변화가 전반적으로 큰 데 반하여 고추장은 커다란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 이유로 미주 지역의 셰프들이 고추장을 찾는 것 같다.


  맛에는 중독성이 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늘 먹던 것을 먹던 방식으로 먹는다. 사람의 입맛 가운데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중독성이 가장 강한 것이 바로 짠맛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체의 한계 때문인지 우리 몸은 소금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소금을 섭취해야하는 것은 살기 위한 유전자의 명령인지 몰라도 사람은 짠 것에 대한 근원적인 욕구가 있다. 아마도 그 다음이 단맛과 매운맛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치를 담그면서 사용한 고추의 양을 보면 배추 한포기당 1930년대에는 5.75g 정도였는데 매년 늘어나기 시작하여 2010년대에는 71.26g에 도달하였다. 약 10배가 넘어선 것이다. 물론 그 당시 고추 속의 캡사이신 함량과 오늘날 캡사이신 함량의 차이가 땅의 지력 차이로 발생할 수 있겠지만 10배나 많이 증가했다는 점은 확실히 매운맛에 중독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대       고추 사용량  ----------------------  1930         5.75g  1940         8.83g  1950        13.8g  1960        20.25g  1970        28.42g  1980        53.37g  1990        54.45g  2000        60.03g  2010        71.26g<표 1. 연대별 배추 1포기당 평균 고추 사용량>


  근래 인터넷에는 고추장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 및 요리방법 등이 소개되고 있으며 어떻게 만들고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 지 등 다양한 정보들이 소개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고추장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맛을 가지게 된다. 발효 과정에서 콩의 단백질이 분해되면 아미노산의 구수한 맛이 생기고, 전분이 분해되면서 단맛을 제공한다. 여기서 전분질을 쌀 혹은 찹쌀을 사용하느냐, 밀을 사용하느냐 또는 보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또 다른 별미를 느낄 수가 있다. 고춧가루뿐만 아니라 소금도 일반소금이냐, 천일염이냐, 죽염이냐에 따라 균의 성장도 차이가 나고 맛도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균주에 따라서도 독특한 맛이 차이가 난다. 개량식으로 몇 가지 균을 선정하여 접종하여 쓸 수도 있지만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자연의 균을 사용하여 독특한 맛을 낼 수도 있다. 제조 조건에 따라 다양한 맛의 다른 고추장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특별히 외국인들이 손쉽게 고추장을 요리에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외국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맛을 지닌 고추장을 다양하게 만들어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기후조건이 차이가 있어 종균누룩이나 발효 등 여러 조건 등에 차이가 있어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발효를 하여 외국으로 공급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음식을 맛보았을 때 싱겁다고 느껴지면 소금이나 간장대신에 고추장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가 있는데 고추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소금처럼 고추장도 그 양을 점차 늘려 나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짠맛에 길들여지고 매운맛에도 익숙해져 점차 중독성에 이끌리고 만다. 그 다음으로 중독성이 강한 맛이 단맛일 것이다. 고추장의 경우 전분질이 분해되면서 맥아당이나 올리고당 수준으로 끊어지면 단맛이 은은하게 나타난다. 고추장의 매운맛은 단맛과 어우러진 매운맛이기 때문에 고추장의 매운맛은 복합적인 매운맛이다. 메주의 구수함과 곡식을 삭힌 단맛과 고추의 매운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세계적인 소스로 발전할 수 있는 높은 단계의 소스다. 그러나 최근에는 너무 매운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물엿을 첨가하는 상품들이 많은데 이러한 점도 선호도에 따라 조정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매운 맛의 정도를 스코빌 지수로 표현하여 나타내는데 스코빌 지수뿐만 아니라 단맛의 정도도 함께 표현하여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최근 미국 뉴요커들이 고추장에 열광한다는 기사들이 올라오면서 레스토랑 컨설턴트인 트로이 톰슨 씨는 고추장의 맛을 ‘우마미’라고 표현했다. 사실 고추장에는 우마미의 맛도 숨겨져 있다. 트인 트로이 톰슨 씨는 “고추장은 특유의 맵고 묵직하면서도 달콤하고 짠 복합적인 맛을 갖고 있어 한 단어로 압축해서 표현하기 힘들다”고 말하면서 “고추장의 맛은 다른 나라의 소스에서는 도저히 찾아보기 힘든 맛을 지닌 소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고추장을 자주 먹으면 요즘 문제가 되는 장출혈성 대장균(E.coli O157에 의한 질병: 소위 햄버거 병으로 부름)을 막을 수 있다. 이는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연구하여 발표한 바도 있다. 고추장 배지에서는 장출혈성 대장균이 거의 증식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였다.

  30여 년 전 저자는 색다른 시도를 한바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토마토케첩 보다 고추장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끝에 과일 고추장을 만들어 보고자 하였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포추장, 파추장이었다. 여러 과일을 첨가하여 고추장을 제조하여 분석한 결과 고추장의 특성을 지니면서도 맛은 과일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초등학교 급식시간에 테스트해 본 결과 이런 고추장이라면 자주 먹을 수 있다는 아이들의 평이었다. 색도상의 문제가 있겠지만 포도가 첨가된 포추장과 파인애플이 들어간 파추장은 충분히 상품성이 있다고 보았다. 학회에서 발표하여 기업들로부터도 많은 관심을 끌어 낸 바 있다. 현재 유사한 제품들이 일부 판매는 되고 있지만 고추장만큼은 한국인의 힘을 상징하는 것으로 꼭 먹여주고 싶은 음식 중에 하나다.

  고추장은 비빔밥을 비롯하여 고기류에 발라서 양념 할 수도 있고 또 채소류에 활용이 되어 맛을 돋워 줄 수 있다. 고추장의 발효과정에서 유기산 성분들이 생성되기도 하지만 그 양이 적은 편이라 고추장에 식초를 첨가해서 초고추장을 만들어 먹으면 신맛이 하나 더 추가되면서 서양인들이 즐겨 먹는 핫소스와 비교해 보아도 훨씬 풍부하고 깊은 맛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다른 나라 사람들이 고추장의 다양한 맛에 익숙해질 때까지 다양한 레시피와 더불어 맛의 차이가 다양한 제품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우리 식품의 고유한 맛으로 세계를 재패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우리 고유의 식품들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생각만 하여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봉수 교수  - 현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맛의 비밀’ 저자  - 식품 관련 저서 활동, 언론 기고, 학술 연구 등 한국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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