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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한영신 교수의 ‘뇌 발달과 식사육아’] 좋은 대학을 간 아들들의 공통점! - 정이 담긴 음식 : 감정의 기저에 흐르는 음식의 작용

등록일
06.02
조회수
565

<사진 1. 엄마와 아들의 식사시간 />

<사진 1. 엄마와 아들의 식사시간>


  얼마 전 지인의 딸이 내가 밥을 먹으라고 아들 부르는 소리를 듣고 놀랐다는 이야기를 했다. 보통의 톤으로 한 번만 부르면 되는데 큰소리로 여러 번 부르더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나도 좀 놀랐다. 그저 일상적으로 불렀을 뿐인데... 아들이 둘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들 가진 엄마의 특징을 가지게 되었나 보다. 아이들이란 다 그렇게 부산스럽고, 뭐 하나 시키려면 한번 불러서 안 되고, 자기 관심 있는 것 이외에는 신경 안 쓰고...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딸 가진 엄마와는 그런 어려움에 대한 공유가 안 되고 그러다 보니 아들 가진 엄마들끼리만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머리가 좋고 한 가지에 몰두하면 끝을 보아야 하는 아들을 보고 ‘학교 가면 공부를 잘하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좋은 머리와 집중력을 게임하는 데 써버리면 공부는 못할 수도 있구나’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내 아이를 탓하다 주변을 보았는데 머리 좋은 집 부부의 아들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휴~~ 아들을 키우기가 딸보다 어려운 것 같다.

   아들 고등학교 때 부모 모임에서 알게 된 엄마 중에 큰아들이 고등학교 때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만점에 가까운 수능성적이 나와 서울대 의대를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아이가 중학교 때는 사춘기를 심하게 보내 가출만 하지 않으면 감사하겠다고 기도를 하였던 아이였다고 했다. 그런 일도 다 있구나 하고 엄마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비슷한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렇게 갑자기 성적이 향상되는 경우는 대부분 아들이라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니 나의 작은 아들도 고3 때 눈이 돌아가게 공부를 하더니 좋은 학교를 간 경우에 해당된다. 이렇게 갑자기 마음을 잡고 공부한 아들 엄마들이 하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있다. 아들은 밥만 잘 챙겨 먹이면 된다는 것이다. 정말일까? 밥이 뭔데!

  요즘 사람들은 음식을 그저 영양을 공급하는 영양제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음식은 몸을 만들고 키를 키우는 물질이니 음식이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영양성분이 갖추어진 것을 먹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아이들 식사에 소홀했을 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영양제를 찾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영양제를 권하는 사회에서 영양제는 엄마가 음식을 못 해주는 부족함을 채워주는 너무 좋은 대안이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살기 위해 가지고 태어나는 감정 

  뇌의 중간에 위치한 감정의 뇌는 생존에도, 고차원적인 생활에도 모두 관여 한다. 인간의 감정은 매우 다양하지만 시작은 단순한 감정에서 시작된다. 정서발달학자들은 아기들이 태어나면서 감정이 있으며, 태어나 6개월 동안 나타나는 슬픔, 기쁨, 분노, 공포, 이 4가지를 원시 감정이라 한다. 원시 감정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아기가 배고플 때 울지 않으면 먹지 못해 죽을 수 있고, 위험한 상황에서 공포감에 울지 않으면 위험으로 인해 죽을 수 있고, 아플 때 울지 않으면 아파서 죽을 수 있다. 스스로 알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는 울음으로 자신의 상황을 표현해야만 했으니,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온 감정은 생존을 위한 본능인 것이다.    생존을 위한 원시 감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먹는 것이다. 음식은 안 먹으면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배고프면 서글프고, 포만감이 오면 기쁘고, 새로운 음식을 보면 두렵고, 원하는 음식을 얻지 못하면 화가 난다. 배가 고프면 화가 나고 화를 조절 못 하는 성인들이 많은데 어찌 보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공부하는 학생에게 제 때 밥을 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음식은 신체적인 만족감뿐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어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생존을 위한 원시 감정 및 상태
생후 7개월까지
나타나는 기본정서
생존을 위한 신체적 정신적 상태
기쁨 배부르다, 신체가 편안하고
만족스럽다
사회적 관계 충족, 관계의
적극적 표현, 좋은 사회적 관례를
위한 공감의 표현
슬픔 배고픔, 갈증, 배변, 추위, 더위,
아픔, 가려움, 젖은 기저귀
방치, 무관심
분노 배고픔, 아픔, 불편 등에 대한
표현 후 해소되지 않았을때
관계에 대한 욕구, 좌절
두려움 미지의 것, 새로운 음식 새로운 관계, 나를 해할 사람

<표 1. 생존을 위한 원시 감정 및 상태>


감정은 인지를 활발하게 하는 원동력

1층 생존의 뇌, 2층 감정의 뇌, 3층 사고의 뇌 순서로 생존에서 고차원적 생활로 발달/ 맛있는 음식은 좋은 감정을 일으키고, 음식을 만든 사람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안정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인지 활동을 하게 함.

<그림 1. 정성이 담긴 맛있는 음식의 효과>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의 의도와 아이가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서 당황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사랑의 매인 것 같다. 아이가 거짓말 한 것을 알았을 때 나중에라도 계속 거짓말을 할 것 같아 호되게 혼내면서 회초리를 들었던 것을 기억한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자신은 엄마한테 맞은 기억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폭력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였기에, 아이를 때린 기억도 거의 없는데... 그런데 뇌의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단기기억에 있다 잊혀지고, 중요한 것만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된다. 장기 기억으로 남게 하기 위해서는 뇌가 중요하다고 판단을 해야 하는데, 뇌에서 이루어지는 중요함의 판단 기준은 강한 충격이거나 반복이라고 한다. 체벌은 가끔이었지만 맞을 때 충격은 강했고 오래도록 저장이 된 것이다. 게다가 맞을 때의 강한 충격에 화난 감정이 동반되었으니 더 오래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중요함의 기준을 내가 아닌 뇌로 바꾸어 보고 아이를 이해해보자. 강하지 않아도 반복적인 자극은 뇌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장기 기억 쪽에 자리 잡으며 감정과 동반된 기억은 오래간다. 매일 해주는 정성이 담긴 밥은 강하지 않지만 지속적이며, 생명의 안전함을 느끼게 하여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또한, 늘 곁에서 지켜주는 부모를 보며 자신은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여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긍정적인 정서는 인지를 활발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주는 결론이다. 정성이 들어간 식사에는 영양만이 아니라 사랑과 정이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밥이 뭔데? 라는 질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유혹에 더 취약한 아들을 공부하게 했던 원동력은 장기 기억 속에서 정서적 안정감으로 남아 있는 정성스러운 밥이 아니었을까? 학원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었던 부모에게 아들이 ‘내가 언제 학원에 가고 싶다고 했나요?’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매일 매일의 사랑의 느낌을 받지 못하고 들어간 학원비는 아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다. 나이 들어 철들면 알겠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을 수 있다. 아이들이 느끼는 방식인 사랑의 언어 즉, 정성이 담긴 밥을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꼭 직접 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밥을 먹는 순간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해보자. 


  아들과의 대화법. 정이 담긴 음식으로 말이 없는 사랑의 대화를 시작해보자. 그리고 잊지 말자. 사랑의 밥에는 꼭 보답이 온다는 것을. 





한영신 교수  - 현) ㈜뉴트리아이 대표, 전)삼성서울병원 소아영양 전문연구원 , 전)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연구교수   - ‘식품알레르기’와 ‘아토피피부염’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 활동과 함께 방송 프로그램에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안먹는 아이 잘먹는 아이 />, <내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알레르기의 올바른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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