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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희 교수의 '건강한 영양학'] MSG 치지 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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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1.05
조회
65

[홍경희 교수의 '건강한 영양학'] MSG 치지 말라고요?


들어가면서

예능 방송에 이런 말이 자주 나오더라고요. ‘MSG 치지 말고 이야기하세요~!’ 뭔 소리인지 듣다 보니 과장이나 가식을 넣지 말라는 뜻이더군요. MSG가 무엇의 줄임말인지, 맛소금의 줄임말인지, 조미료의 줄임말인지.. 방송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MSG가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된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불쌍한 MSG.. 오늘은 MSG의 오명을 조금이나마 벗겨주고 싶네요. 


<사진 1. MSG (Monosodium Glutamate)>

<사진 1. MSG (Monosodium Glutamate)>


MSG의 정체

MSG는 맛소금의 줄임말이 아닙니다. Monosodium Glutamate의 줄임말입니다. 해석하면 ‘나트륨(sodium)이 하나(mono) 붙어 있는 글루탐산(glutamate)’입니다. MSG의 정체는 바로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입니다.

고기를 먹으면서, 잘 우려낸 육수를 먹으면서 맛있다고 느끼게 되는 대표적인 성분이 아미노산인데요, 아미노산 중에서도 제일 맛있는 아미노산이 이 글루탐산입니다. 그런데 왜 글루탐산에 나트륨이 붙어있냐고요? 물에 잘 녹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붙였습니다. 글루탐산은 물에 잘 녹지 않고, 물에 녹지 않으면 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MSG와 글루탐산은 나트륨(Na)을 제외하고는 생김새가 같습니다. 결국 MSG는 천연 아미노산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표 1. MSG와 글루탐산 분자구조> MSG (Monosodium glutamate) / 글루탐산 (glutamate)

<표 1. MSG와 글루탐산 분자구조>


글루탐산에 나트륨이 추가되었으니 화학적 합성품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화학원소로 구성되어 있고, MSG는 물에 들어가면 바로 나트륨이 분해되어 떨어져 나가면서 그냥 글루탐산이 됩니다. 


우리는 매일 글루탐산을 먹고 있어요~

글루탐산은 사실 거의 모든 천연식품에 원래 들어있는 천연 성분입니다. 감칠맛(‘우마미’라고 합니다.)의 오묘한 맛은 MSG를 따로 첨가하지 않아도 우리가 늘 먹는 음식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어요. 우리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백질은 20가지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져 있는데요, 그 중 가장 흔한 아미노산이 글루탐산입니다. 따라서 단백질이 들어있는 식품에는 당연하게 글루탐산이 들어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르는 사이 우리는 매일 글루탐산을 먹고 있답니다.) 고기나 생선 같이 남의 살 먹는 식품이 아니더라도 치즈, 잘 익은 토마토, 버섯, 다시마, 간장, 된장, 젓갈 등등..(다 감칠맛 터지는 식품들이죠)의 식품에서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글루탐산입니다. 심지어 글루탐산은 모유에도 들어 있습니다. 우유보다 모유에는 글루탐산이 10배나 되는데요, 모유를 먹고 자란 사람이라면 아주 어려서부터 이 감칠맛에 익숙해지는 셈입니다.


글루탐산이 많은 식품

우리가 특히 맛있다고 느끼는 식품에는 글루탐산이 특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아, 맛있다~!’라고 하는 그 맛이 바로 감칠맛, 글루탐산이 그 감칠맛을 많이 느끼게 해주는 아미노산이니까요. 


○ 고기 

   : 사람들이 고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 글루탐산 때문입니다. 육류를 요리하면 육류에 들어있는 단백질에서 글루탐산이 분해되어 나와서 우리 혀가 글루탐산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육수 

   : 다시마 육수, 가다랑어포를 우려낸 육수, 고기나 뼈를 우려낸 육수 등.. 육수를 만들 때 온갖 고기와 뼈를 넣고 푹 삶은 국물을 내는 이유가 이들 재료에서 글루탐산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함입니다. 


콩으로 만든 발효식품 

   : 간장, 된장, 청국장이 맛있는 이유도 글루탐산이 많은 콩을 분해하여 유리 글루탐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젓갈 

   : 생선을 발효시켜 젓갈을 만들어 먹는 이유도 생선 단백질 중에 가장 많은 글루탐산을 분해하여 글루탐산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즈(특히 파마산치즈), 김치 등 유산균을 이용한 발효 식품에 글루탐산이 많습니다.


토마토

   : 잘 익은 토마토에 글루탐산이 특히 많습니다. 치즈를 넣은 토마토파스타를 상상해보세요. 그 감칠맛을 쉽게 상상할 수 있으시겠죠~


카프레제 샐러드를 아시나요? 이태리 식당에 가면 토마토랑 모짜렐라 치즈를 섞어주는 샐러드 말입니다. 토마토와 치즈는 맛에서 궁합이 엄청 좋은 조합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토마토와 치즈의 조합을 이용하여 샐러드, 파스타를 자주 만들어 먹는데요, 이 두 식품이 잘 어울리는 이유가 바로 둘 다 글루탐산이 많다는 것입니다. 아주 감칠맛 폭발이지요. 


여기서 MSG를 단 한 톨도 넣지 않고 천연 MSG가 풍부한 맛좋은 피자 만들기 팁을 소개하고 넘어갑니다.


   1. 밀가루(단백질의 30%가 글루탐산) 반죽에

   2. 토마토(채소 중 글루탐산 가장 풍부)로 만든 소스를 바른다. 

   3. 치즈(글루탐산 함량이 가장 높음)를 뿌리고

   4. 버섯과 고기(둘 다 글루탐산과 핵산 풍부)를 토핑하여 

   5. 오븐에 잘 구워낸다.


굳이 이태리음식까지 가지 않더라도 각종 발효음식으로 가득한 한국의 전통 밥상은 글루탐산의 감칠맛이 풍부합니다. 각종 김치와 장류(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젓갈류(새우젓, 조개젓, 명란젓, 오징어젓 등) 등의 발효식품에서 형성되는 글루탐산에서 느껴지는 맛이 바로 감칠맛(우마미)압니다. 한국인은 발효음식에서 우마미를 풍부하게 느끼며 살아온 민족입니다. 


MSG 만들기 – MSG는 발효식품

MSG는 인공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만드는 ‘인공’ 물질이 아닙니다. 오히려 MSG는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 공법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미생물발효법은 김치, 된장, 맥주, 식초, 요구르트 등 발효식품의 생산에 널리 쓰이고 있는 매우 안전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MSG의 원료는 사탕수수입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로 MSG를 만듭니다. 미생물이 사탕수수의 당분을 (놀랍게도)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으로 만들어줍니다. 

사람 몸에 들어 있는 글루탐산이나 김치에 들어있는 글루탐산, 사탕수수를 발효해서 만들어진 글루탐산(MSG)은 전부 같은 글루탐산입니다. (라고 서강대학교 화학과 이덕환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진 2. 글루탐산이 풍부한 젓갈>

<사진 2. 글루탐산이 풍부한 젓갈>


그렇다면 왜 MSG는 유해하다고 소문이 난걸까? - 중국음식 증후군의 실체

1968년에 미국인 의사 호만 콕이 중국음식을 먹고 나면 불쾌감과 메스꺼움이 느껴지고, 심지어 근육경련까지 일어난다며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독자투고’에 소개하였는데요, 그는 간장이나 와인, 과량의 소금 혹은(!!) MSG가 원인인 것 같다고 편지에 썼고, 그 내용이 아무런 학문적 뒷받침 없이 기사화됐습니다. 이것이 어이없는 중국음식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의 실체이고, MSG의 안전성을 문제 삼는 중국음식점 증후군은 증상과 원인 모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혀졌습니다. 


만약 MSG를 먹고 탈이 난다면 글루탐산이 풍부한 다시마나 콩을 먹어도 똑같이 탈이 나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는 것 같지요?


MSG의 안전성

MSG는 안전합니다. MSG가 유해하다는 것은, 음식을 많이 먹어 비만이 된 후 음식이 유해한 물질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MSG의 유해성을 논하는 것은 단백질의 유해성을 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하여 미국, 유럽, 일본, 우리나라의 식약처 등 전 세계의 공식적인 식품안전 관리기구가 “MSG는 안전하다”고 인정하였습니다. 1987년 UN 보건기구는 MSG를 가장 안전한 식품첨가물 중 하나라고 발표했고, 1991년 유럽식품과학위원회는 글루탐산은 신생아는 물론 미숙아라도 소화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전한 물질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몸무게 1kg 당 10g, 즉 몸무게 50kg 성인이라면 500g을 한꺼번에 섭취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요, 이 기준으로 보면 MSG는 설탕이나 소금보다도 훨씬 안전한 셈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식약처도 2010년에 이미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MSG를 안전한 조미료로 인정하고 쉐프님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MSG의 유해성은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논의되고 있는 셈입니다. 


MSG,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 되다!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고혈압에도 좋지 않고 등등.. 나트륨을 줄여 먹자는 것이 요즘 식생활의 큰 화두입니다. 그런데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소금을 대체해 MSG 사용을 권할 수 있습니다. MSG로 먼저 간을 맞추면 나트륨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염분이 부족해서 느껴지는 허전한 맛을 감칠맛이 보충해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의학원에서는 환자식에 소금 대신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대체 조미료로 MSG를 사용을 권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된장, 간장, 고추장 같은 발효식품에 들어 있는 글루탐산을 섭취해 왔기 때문에 어쩌면 소금보다 MSG로 간을 하는 것이 우리 입맛에 더 맞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리하면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착한 식당’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요? MSG를 전혀 쓰지 않고 천연조미료로만 맛을 내는 식당의 자부심이 방송되곤 하는데요, 물론 음식을 건강하게 만드시려는 노력들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저는 누구나 좋아하는 맛의 음식을 값싸게 건강하게 제공하는 식당이 진정한 의미의 ‘착한 식당’이라고 생각합니다. 


MSG는 음식의 맛을 살리고 식생활의 비용을 낮추어 주기도 합니다. MSG가 없다면 앞으로 한 끼에 5~6천원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는 것이 힘들어질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먹던 것과 같은 맛을 내기 위해 천연재료를 마음껏 사용한다면 재료와 시간과 정성만큼의 단가가 상승할 테니 말이지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MSG를 치는 것을 무슨 죄를 짓는 것인 양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 담백함과 감칠맛은 개인의 선택 문제일 따름입니다. 감칠맛이 필요하다면 앞으로 음식을 만들며 당당하게 MSG를 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몰래 슬그머니 말고, 부끄러워하거나 죄책감 갖지 않아도 됩니다.






홍경희 교수  - 현 동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 농심 R&D 연구원 출신의 식품영양 전문가로써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식품 섭취, 식습관, 그리고 건강에 대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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