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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희 교수의 '건강한 영양학'] 밀가루 음식은 몸에 나쁜가요? - 글루텐 프리 식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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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9.03
조회
241

[홍경희 교수의 '건강한 영양학'] 밀가루 음식은 몸에 나쁜가요? - 글루텐 프리 식품에 대하여



들어가면서

요즘 밀가루 음식을 기피하는 분들이 꽤 계시는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큰 이유 중 하나가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안 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밀가루 음식이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생각의 원인으로는 밀가루에 들어있는 단백질인 ‘글루텐(gluten)’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사진 1. 다양한 글루텐 프리 식품>

<사진 1. 다양한 글루텐 프리 식품>



글루텐이 뭔지?

밀가루를 살 때 보통 우리에게 3종의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혹시 이 중 무엇을 사야 하나 고민하셨던 적이 있나요? 밀가루는 용도에 따라 잘 골라 사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바삭한 쿠키를 만들고 싶으면 박력분, 쫄깃한 빵을 만들고 싶으면 강력분, 그리고 그냥 휘뚜루마뚜루 사용할 거면 중력분입니다. 이 밀가루를 분류하는 기준이 바로 글루텐입니다. 글루텐 함량에 따라 (높은 순서대로)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으로 분류합니다. 


그렇다면 글루텐이란 무엇일까요? 글루텐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찰지고 쫄깃하게 만들어주는 천연 단백질입니다. 밀가루는 여러 가지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글루테닌과 글리아딘 이라는 두 가지 단백질이 만나 (밀가루를 반죽하는 과정에서) 서로 결합하면서 탄력성 있는(쫀쫀한) 그물 같은 단백질을 만들게 되는데, 이를 글루텐이라 합니다.


밀가루로 빵, 케이크를 만들 때 부풀리기 위해 사용하는 이스트나 베이킹파우더는 이산화탄소 가스를 만들어내는데요, 글루텐이 그 안에 이 가스를 모아서 가두기 때문에 빵이나 케이크를 부풀게 합니다. 또한 글루텐은 쫀쫀한 그물 구조를 하고 있어 쫄깃한 면과 빵을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쫄깃쫄깃한 반죽을 원하면 글루텐 함량이 높은 강력분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글루텐은 밀 뿐 아니라 보리, 귀리 등의 다른 곡류에도 들어있는 단백질입니다. 그리고 소스 종류, 시리얼, 젤리, 시럽, 고추장, 간장 등에도 (글루텐이 들어있는) 곡류가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밀가루 말고도 이런 식품들을 통해서도 글루텐을 먹을 수 있습니다. 



글루텐은 몸에 해로운가?

적지 않은 분들이 글루텐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소화 장애, 비만, 피부 트러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되도록 글루텐을 안 먹는 게 건강과 아름다움에 좋다는 의견이 있지만, 사실 이 주장들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희박합니다. 


첫째, 글루텐이 소화 장애를 유발한다는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사람들이 글루텐을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는 셀리악병(celiac disease)과 같은 '소화 장애'를 유발한다는 생각일겁니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이 글루텐에 대해 알레르기를 일으켜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타고난 것이며, 후천적으로 밀가루에 의해 위장장애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는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셀리악병은 인구의 1% 정도가 앓는 질환입니다. 그리고 아시아권은 유전이 원인인 셀리악병이 드물고, 특히 국내에서는 거의 진단사례가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글루텐 섭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밀가루 음식 먹은 후 속이 불편하다고 모두 셀리악병은 아닙니다. 셀리악병은 정밀 혈액검사와 장 속을 내시경 검사해도 확진이 어렵다고 합니다. 따라서 가벼운 소화불량 등의 증세가 있을 때, 무조건 밀가루를 원인으로 생각하는 것은 속단이지요. 그러니까 평소 밀가루 음식 섭취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글루텐 섭취를 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둘째, 글루텐이 탄수화물 중독을 유발한다는 주장입니다. 글루텐은 위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효소인) 펩신에 의해 ‘엑소르핀(exorphine)’이라는 물질로 전환되는데, 엑소르핀은 모르핀(아편성 진통제입니다)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몸에서 만들어지는 진통제인 엔도르핀(endorphine)과 달리 엑소르핀(exorphine)은 음식에 포함된 단백질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러니까 식품을 통해서 외부에서 얻을 수 있다는 뜻으로 엑소르핀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입니다(exorphine = exogenous + morphine like compound. endo는 내부, exo는 외부라는 뜻입니다). 


결국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밀가루에 포함된 글루텐 뿐 아니라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우유나 쌀 등의 다른 천연 식품을 통해서도 엑소르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품이 중독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밀가루 500g(성인 하루치 칼로리에 육박하는 양)을 먹었을 때 혈액에 녹아드는 엑소르핀은 0.7mg 정도인데, 이 정도의 양으로 엑소르핀이 중독성이나 신경계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품이 건강에 좋은가?

그런데 요즘은 글루텐을 넣지 않은 이른바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품이 일반인에게도 일종의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분위기입니다. 영국에서는 글루텐 프리 식품을 먹는 이유가 글루텐이 소화가 안 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체중감량이나 심장병 예방, 체력개선 등 건강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글루텐 프리' 식품은 글루텐이나 밀에 예민한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 일종의 ‘건강식'이라거나 '다이어트식'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글루텐 프리 식품이 실제로 몸에 좋다는 근거는 매우 희박합니다. 글루텐 프리 식사가 체중감량, 원기회복, 전반적인 건강증진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증거가 거의 없으며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사진 2. 글루텐을 꺼리는 여성>

<사진 2. 글루텐을 꺼리는 여성>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품의 이면

오히려 전문가들은 글루텐 프리 식품의 이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글루텐 프리 식품은 밀을 쌀, 옥수수 등으로 대체할 뿐으로, 밀과 쌀, 옥수수 등은 칼로리가 비슷합니다. 오히려 글루텐프리 식품 중에는 글루텐을 제거하는 대신 제품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설탕과 지방이 더 많이 첨가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열량이 더 높은 제품도 있습니다. 


또한 밀가루 대신 사용하는 쌀가루나 옥수수전분은 혈당지수가 높아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그 결과 오히려 체중 증가의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정크푸드도 ‘글루텐 프리’로 포장돼 유통되면서 이 글루텐 프리 유행이 오히려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사가 필요한 사람은?

그래도 일부 글루텐 프리 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글루텐 또는 밀에 예민한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밀을 섭취했을 때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약 6%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셀리악병을 포함하여 밀 알레르기와 글루텐 과민증을 가진 사람들이 밀가루 음식에 예민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로 글루텐 프리 식사가 도움이 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중 약 12%가 글루텐에 과민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밀가루나 글루텐을 피할 필요가 없어요~

위에서 이야기한 일부의 분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밀가루나 글루텐 드시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글루텐 프리 식품이 마치 일반인들의 건강에도 좋은 것처럼 받아들여져 무조건 밀가루 섭취를 피하는 경향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글루텐 프리 식품은 밀가루와 글루텐에 과민한 또는 (의학적으로) 셀리악병으로 진단된 극소수를 위한 대체식품일 뿐,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건강식품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밀가루 섭취는 건강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평소 밀가루 음식 섭취에 문제가 없다면 글루텐 섭취를 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글루텐 관련 증상이 없고, 글루텐 프리 식사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유익이 되지 않습니다. 글루텐 프리 제품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더 많이 쓰게 될 뿐이지요. 


또한 연구 결과, 글루텐에 의한 많은 증상들이 실제로는 밀가루의 다른 성분 또는 식품(빵, 시리얼, 파스타 등 밀가루 음식) 중의 다른 성분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제안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글루텐 함유 식품을 먹은 후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 일부는 단순히 그 식품 때문에 불편하다고 믿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정리하면서

일반인들은 무조건 밀가루를 기피하고 맹목적으로 ‘글루텐 프리’ 식품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보통의 우리에게는 (식상할지 모르겠으나) 신선한 채소와 과일, 육류, 유제품 등을 골고루 먹는 균형 잡힌 식사가 건강한 식사입니다. 


글루텐 프리 식품이 건강식이라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건강해야 하는 것일까요? 역으로 밀을 주식으로 하는 세계인구의 절반 정도의 사람들은 얼마나 불쌍한 사람들이 되는 것일까요? 바게트를 우리나라 쌀밥 먹듯 매일 먹는 프랑스 사람들은 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루텐 프리 유행이 건강 염려증이 지나친 현대인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홍경희 교수  - 현 동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 농심 R&D 연구원 출신의 식품영양 전문가로써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식품 섭취, 식습관, 그리고 건강에 대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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