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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식품에서 이취는 왜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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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8.20
조회
369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식품에서 이취는 왜 날까?


 

냄새나는 음식 앞에 방독면을 쓴 사람 사진<사진 1. 식품에서 이취는 왜 날까?>


  맛있는 식품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난다면 당연히 소비자는 외면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이취는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일어날 수가 있다. 원료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저장 보관하면서도 생길 수가 있고 포장재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

  두부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대두도 원료의 상태를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서 최종 제품인 두부로부터 이취가 발생할 수 있다. 


<사진 2. 두부와 콩>

<사진 2. 두부와 콩>


껍질을 벗기면 벗기지 않았을 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이취냄새가 적게 난다. 일반인들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전자코에 의해서 분석을 해 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그림 1). 


  평범한 사람이 찾아내기 어려운 매우 미세한 차이가 있는 일이라도 제품을 만들어 유통을 하다보면 점차 그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 제품의 유통기한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또 껍질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효소 리폭시게네이스의 불활성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역겨운 콩 비린내 냄새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콩 비린내는 콩나물을 만들기 위하여 데치는 과정에 냄비 뚜껑을 미리 열어 본다거나 하면 맡을 수 있는 비린내 성분이다. 두유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유사한 냄새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하여 두유의 비린내 성분보다도 훨씬 더 강한 사과향이나 과일 향을 첨가함으로써 극복하고 있다.  


<그림 1. 대두를 탈피한 것, 탈피하지 않은 것 그리고 다른 처리하여 제조의 두부에서 나는 이취성분의 휘발성분의 패선 분석결과 (전자코 분석을 통하여 얻어진 결과, 화살표 방향으로 이취가 저감됨)>

<그림 1. 대두를 탈피한 것, 탈피하지 않은 것 그리고 다른 처리하여 제조의 두부에서 나는 이취성분의 휘발성분의 패선 분석결과 (전자코 분석을 통하여 얻어진 결과, 화살표 방향으로 이취가 저감됨)>


  생선류는 말려서 저장 보관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식품이 굴비다. 제대로 잘 건조 시켜 포장을 잘하여 냉동 보관을 하면 어느 정도 이취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 건조시키면 비린내 성분 때문에 굴비를 선택하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그래서 쌀뜨물에 담갔다가 조리를 하거나 조리 후 녹차 물에 담가 먹으면 그런 비린내 성분을 줄여 나갈 수 있다. 이런 방법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법인데 실제로 쌀뜨물과 생선에서 생기는 비린내의 주성분인 트리메틸아민간의 상호 작용을 관찰해 보면 서로가 결합하여 복합체를 생성함으로써 비린내 성분을 잠재울 수가 있다(그림 2). 쌀뜨물의 전분이나 녹차 속의 폴리페놀 성분들 간에 이런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성분들 간의 상호작용은 반응이 일어나는 시간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를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그림 2. 전자코를 이용하여 분석한 TMA 농도에 따른 쌀뜨물과의 상호반응정도를 주성분 분석으로 나타낸 결과(TMA: Trimethylamine, 생선비린내의 주성분)>

<그림 2. 전자코를 이용하여 분석한 TMA 농도에 따른 쌀뜨물과의 상호반응정도를 주성분 분석으로 나타낸 결과(TMA: Trimethylamine, 생선비린내의 주성분)>

   

  공기를 통해서 많은 냄새가 오염될 수도 있다. 냉장고에 보관한 치즈에 김치 냄새나 생선 냄새가 베어들어 치즈 본연의 향을 느끼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잘 포장이 되어 있는 경우는 예외일 수 있으나 먹다가 남은 것을 보관하는 경우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취 원인이 되는 성분들의 역치(threshold)가 매우 낮은 경우 매우 적은 양에 의해서도 충분히 발생한다. 특히 지방 산패와 같은 현상은 유도기간 동안은 그 차이를 간파하기가 어렵다가 어는 순간에 기하학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갑자기 역겨워지는 것이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생수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포장 용기에 따라 미세한 변화가 일어난다. 일반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매우 작은 변화일지 모르나 병이냐 플라스틱 용기인 PET 용기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아무리 포장을 잘 하고 별다른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생수도 매우 작은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그 정도를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에 정밀 분석 장치인 전자코를 사용하여 분석한 냄새패턴 결과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그림 3). 


<그림 3. 병에 생수를 6개월 저장한 것, PET 용기에 생수를 6개월 저장한 것, 병에 담긴 신선한 생수, PET 용기에 담긴 신선한 생수의 냄새 패턴을 각기 분석한 결과(빨강, 초록, 파랑, 검정)>

<그림 3. 병에 생수를 6개월 저장한 것, PET 용기에 생수를 6개월 저장한 것, 병에 담긴 신선한 생수, PET 용기에 담긴 신선한 생수의 냄새 패턴을 각기 분석한 결과(빨강, 초록, 파랑, 검정)>


  우유의 향은 먹는 사료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다. 젖소에게 생풀처럼 냄새가 있는 사료를 먹인 경우와 추운 겨울에 푸른 생풀 대신에 건초를 먹인 경우를 비교해보면 우유 맛에서도 그 차이가 나타난다. 생풀 같은 경우 불과 4~5시간 안에 그 냄새가 짜낸 우유로 전달된다. 어떤 조건에서 사육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우유의 냄새가 달라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나쁜 악취가 많은 환경에서는 그 물질이 폐를 통해서도 흡수되어 우유에 이행될 수도 있다.


  젖소는 아니지만 돼지나 닭의 경우 분변을 치운 다음 톱밥을 뿌려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톱밥으로부터도 이취가 발생하여 계란이나 닭고기로 이행될 수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판매되었던 타이레놀 제품에서 곰팡이 냄새가 난다고 하여 회수 조치되었던 2,4,6-트리클로로아니솔 성분은 포도주에 사용되는 코르크 마개에서 발생되기도 하는 이취성분이다. 2016년 7월 미국의 유명한 나파벨리의 와인너리에서도 프렌치 오크 와인 배럴에 2,4,6-트리클로로아니솔 오염이 발견되어 소송을 제기해 3년 간 2,4,6-트리클로로아니솔이 없는 것이 보장된 총 150개의 배럴을 제공하라는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이런 이취 성분은 나무 자체에서도 발생되지만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 약품처리를 한 나무나 이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톱밥 등을 통해서 우리가 먹는 식품으로까지도 이행될 수 있다. 또, 미생물에 의해 클로로페놀로부터 합성될 수도 있다. 그러한 탓에 재생지로 만든 종이 포장에 미생물이 오염되어 만들어져 제품으로 흡수된 경우도 있다. 살균처리를 하지만 살균처리로 사용되는 염소와 리그닌과 반응하여 2,4,6-트리클로로아니솔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곰팡이 냄새와 같은 2,4,6-트리클로로아니솔은 사과, 건포도, 새우, 땅콩, 캐슈, 일본 술 사케, 녹차, 커피원두, 맥주, 위스키 등에서도 충분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2,4,6-트리클로로아니솔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일본의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와인에서 맡은 곰팡이 냄새는 2,4,6-트리클로로아니솔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2,4,6-트리클로로아니솔이 후각 세포의 일부를 차단하여 냄새 맡는 능력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냄새 물질은 후각세포를 활성화시켜 그 냄새를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매우 낮은 농도의 2,4,6-트리클로로아니솔이 어떻게 복잡한 곰팡이 냄새를 유발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으나 오사카 대학의 히로코 타케우치 박사 연구팀은 도룡과 비슷한 양서류인 영원(newt)의 후각세포의 연구를 통해 2,4,6-트리클로로아니솔이 일반적인 냄새물질처럼 칼슘이온의 세포내 유입을 촉진하여 전달신호를 만들지 않고 오히려 cyclic nucleotide-gated channels 채널의 관문을 부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칼슘이온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밝혀냈다. 채널을 차단하기는 하지만 전체를 모두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을 차단함으로써 후각이 부분적으로 마비되고 왜곡되는 것이다. 아주 적은 양으로 후각 세포를 직접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후각을 느끼는 것을 왜곡시킴으로써 곰팡내를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취는 매우 적은 양에 의해서도 충분히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된다. 


  스웨덴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들이 즐겨 먹는 우유에서 비린내의 이취가 발생한 것이다. 모두들 그 원인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그 이취 성분의 주범이 바로 트리메틸아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주로 생선이 상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젖소가 상한 생선을 먹을 리가 없으니 그 원인을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여러 가지 요인을 가설로 설정해 놓고 추적한 끝에 높은 파도에 휩쓸려 육지풀밭에 떨어진 생선들이 썩었고 이 썩은 생선 주변에 풀을 뜯어 먹은 젖소들이 생산한 우유에서 그 냄새가 남아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결국 발생하고 난 뒤 젖소들이 바닷가 주변에서 풀을 뜯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우유를 생산하는데 중요한 젖소들의 사료인 풀이 오염된 것을 모르고 먹인 결과였던 것이다.


<그림 4. 각기 다른 시점(아침, 점심, 저녁)에 젖소에서 착유한 우유를 이용하여 제조한 치즈의 휘발성분 패턴 분석결과>

<그림 4. 각기 다른 시점(아침, 점심, 저녁)에 젖소에서 착유한 우유를 이용하여 제조한 치즈의 휘발성분 패턴 분석결과>

  

  또 같은 젖소에서 채취한 우유라고 하더라도 아침에 채취한 것과 낮에 채취한 것 간에도 차이가 있다. 이런 두 가지 경우의 우유를 이용하여 치즈를 만들었을 때 서로 차이가 나는 냄새 패턴을 보이기도 하였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 왔을까? 아침에 우유를 채취하면 밤에는 잠을 자고 어떠한 운동 활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던 상태에서 얻게 된다. 이와 다르게 낮에 먹이를 먹으러 들로 나가고 많은 활동을 하면 각종 대사활동이 활발히 일어나 대사 작용을 통해 미량 물질 등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들은 우유에도 포함될 수가 있어 낮에 채취한 우유와 미세한 냄새 차이를 보여 이들을 이용한 치즈에서도 그 차이가 있다(그림 4). 물론 치즈의 경우 이취 성분은 아니지만 이처럼 원료의 상태에 따라서도 이취 발생 가능성이 있다. 


  이취의 관리는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취가 생성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차단시킬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며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노봉수 교수  - 현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맛의 비밀’ 저자  - 식품 관련 저서 활동, 언론 기고, 학술 연구 등 한국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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