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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신 교수의 ‘식품과 알레르기’] 우리나라 어린이의 알레르기 원인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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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2.04
조회
102

[한영신 교수의 ‘식품과 알레르기’] 우리나라 어린이의 알레르기 원인식품


  몇 년 전만 해도 ‘알레르기 원인식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미국 자료를 제시해야만 했었다. 제 나라 사람의 알레르기 원인식품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식품알레르기 전문가들이 ‘계란, 우유, 대두, 땅콩, 밀, 견과류, 생선, 갑각류 등이 알레르기 원인식품의 85%에 해당합니다’라고 대답해야 했다. 듣는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명확하지 않은 답변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수많은 생선을 먹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생선을 조심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미국은 대구, 연어 정도를 주로 먹기 때문에 생선 알레르기라고 하면 조심할 것이 많지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몇 년 전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사망한 우유알레르기 어린이 사고로 인하여 전국적인 식품알레르기 조사가 이루어졌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대학병원급 응급실을 중심으로, 교육부는 학교를 중심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학병원급 소아청소년과 알레르기 분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어린이 청소년이 쇼크 반응으로 응급실을 찾은 이유를 조사해보았더니 74%가 식품에 의해 나타난 반응이었고, 원인식품을 알아보니 우유, 계란, 호두, 밀, 메밀, 땅콩, 잣, 새우, 게의 순서로 나타났다. 식품알레르기로 병원에서 진료받는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유, 계란, 밀, 호두, 땅콩, 메밀, 새우, 잣의 순서였다. 어떤 방법으로 조사하든 원인식품은 우유, 계란, 호두, 땅콩, 잣, 메밀, 밀, 새우 정도가 주요 순위 안에 드는 것으로 보인다. 


 

(항목 순서대로) 우유, 계란, 밀, 호두, 땅콩, 메밀, 새우, 대두, 잣, 아몬드, 키위, 게, 사과, 돼지고기, 복숭아, 고등어, 닭, 쇠고기, 캐슈넛, 보리, 기타 (기타 : 쌀, 토마토, 조개, 맬론, 피스타치오, 오징어, 참치, 연어, 대구) (출처 AAIR 이수영 등 2017 9(5):423.)<그림 1. 전국 병원 소아청소년과를 대상으로 조사한 알레르기 원인식품>


  그림 1을 살펴보면 우유와 계란의 유병률이 다른 식품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우유와 계란은 영양적으로 우수하고 다양한 식품의 원재료로 사용하여 제한하기 어려운 식품이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우유나 계란은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알레르기 반응이 잘 없어지는 식품이다. 알레르기 원인 식품을 나이별로 나누어 놓은 표 1의 결과를 보면 우유와 계란이 나이가 들면서 순위가 점점 떨어지고 순위 안에서 없어지는 것을 살펴 볼 수 있다. 우유와 계란이 저절로 없어지는 식품이라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호두, 땅콩, 잣과 같은 견과류이다. 지금과 같은 전국 규모의 자료는 없지만 식품알레르기 클리닉에서 식품알레르기 환자를 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불과 10년 전만해도 호두나 잣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참으로 짧은 시간에 견과류 알레르기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호두, 땅콩, 잣 같은 식품은 매우 소량만 먹어도 위험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계란이나 우유와 달리 나이가 든다고 없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표 1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견과류의 순위가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견과류>

<사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견과류>


  메밀과 밀과 같은 곡류는 국수나 빵 등 주식이 되는 식품의 원료이기 때문에 관리에 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특히 메밀의 경우 유병률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나 발생이 되었다면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위험도가 높다. 메밀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메밀 베게를 사용하는 문화로 인하여 메밀알레르기가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는 아이가 아기 때부터 메밀 베게를 사용하여 호흡기를 통해 메밀단백질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라는 논리이다. 실제 이와 관련된 논문도 보고하여 이러한 논리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표 1. 연령별 국내 알레르기 원인식품>  (출처 AAIR 이수영 등 2017 9(5):423.)

<표 1. 연령별 국내 알레르기 원인식품>


  중요한 알레르기 원인식품에 속하지 않지만 알아야 할 식품은 과일알레르기이다. 흔히 복숭아와 토마토가 가장 문제가 되는 알레르기 과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키위와 사과가 더 큰 문제로 나타난다. 키위의 경우 먹고 쇼크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알레르기는 먹을 때 입이 간지럽고 붉어지는 증상을 보이는 것에 반해 키위는 전신적인 위험 증상을 일으키는 독특한 과일이다. 


 

<그림 2. 전국 병원 소아청소년과를 대상으로 조사한 아나필락시스쇽의 원인식품>   (출처 AAIR 이수영 등 2017 9(5):423.) (항목 순서대로) 우유, 계란, 밀, 호두, 땅콩, 메밀, 잣, 새우, 키위, 아몬드, 대두, 게, 기타<그림 2. 전국 병원 소아청소년과를 대상으로 조사한 아나필락시스쇽의 원인식품>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알레르기 식품을 국내 연구자료를 근거로 살펴보았다. 이와 같이 국내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국내 식품알레르기를 정리해본 것은 식품알레르기 보호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아직도 국내에는 식품알레르기 자료가 없어서 정책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이다. 이제는 어느 선진국보다도 더 정확한 국내 식품알레르기 자료가 확보되었다. 이제는 좋은 정책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한영신 교수  - (주)뉴트리아이 대표, 고려대학교 보건과학연구소 연구교수   - ‘식품알레르기’와 ‘아토피피부염’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 활동과 함께 방송 프로그램에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안먹는 아이 잘먹는 아이>, <내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알레르기의 올바른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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